파주의 아름다운 얼굴(114) 파주푸드뱅크 희망나눔터 최명성 대표
수정 : 2023-02-24 03:47:05
파주의 아름다운 얼굴(114) 파주푸드뱅크 희망나눔터 최명성 대표
20년간 어려운 이웃들의 든든한 친구로 살았다
먹을것과 생필품 보급으로 희망의 불씨를 살린다
선진국 반열에 들어간 대한민국에서 끼니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아는가? 기근을 겪는 일부 아프리카 주민들이나 난민들 같지야 않겠지만 우리 주변엔 돈이 없어 먹고싶은 걸 제대로 먹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파주시만 해도 그렇다. 전체 46만여명중 빈곤층에 속하는 사람들이 4만여명에 이른다. 그래서 이들에겐 푸드뱅크가 큰 도움이고 위안이다. 파주푸드뱅크 희망나눔터(이하 희망나눔터)가 그들에게 먹을 것과 기타 생필품을 지원한다. 하지만 역부족이다. 희망나눔터에서 무료로 배급받을 수 있는 사람들은 파주시 관내에 있는 기초생활수급대상 탈락자, 긴급지원대상과 차상위 계층, 저소득가정 등이다.
작년 한해 푸드뱅크를 이용한 개인 및 기관단체 총수는 2,263, 개인이 2,169명, 기관단체가 94개소다. 빈곤층 전체숫자의 5% 수준에 그친다. 예산은 한정되어있고 코로나로 생활이 더 어려워진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요즘 희망나눔터의 고민은 깊어간다. 그 고민의 한가운데서 그 부담과 고통을 거뜬이 짊어지며 지금까지 봉사와 헌신의 삶을 지켜나가는 인물이 있다.
2001년 작은교회서 시작, 복지부장관상 도지자상 등 수차례 수상
최명성(60) 희망나눔터 대표다. 그는 파주읍에서 태어나 줄곧 파주를 지키며 사는 뚝심좋고 신실한 신앙인이다.
그가 처음 대민봉사를 시작한 것은 2001년 파주읍에 있는 작은교회에서 부터다. 그의 선행에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모여 2004년에 희망나눔터가 출범했고 그 해 파주시로부터 희망푸드뱅크사업자로 선정됐다. 운영한지 불과 2년만에 첫 수상을 필두로 지금까지 경기도 희망푸드뱅크 도지사상 4회 수상, 경기도 도의회의장장 2회 수상, 2011년 보건복지부 장관상 수상, 그리고 2013년에는 푸드뱅크 및 마켓 종합평가에서 경기도와 보건복지부로부터 각각 최우수 기관으로 선정됐다. 이런 큰상들을 받을 만큼 일을 잘 했다는 뜻이다.
희망나눔터, 1백여명의 자원봉사자들 덕에 운영
그의 철두철미한 성실함이 이런 결과를 일구어 냈다. 희망나눔터의 년간 예산은 약 2억원정도. 이중 파주시와 경기도가 80%정도를 지원해주고 나머지 20%의 예산은 회비나 기부 등을 받아 충당하고 있다. 대부분 임대비 인건비 운영비로 나간다. 음식과 물품 등은 기탁자들로부터 받고 있으며 1백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식품을 수령, 정리, 분류, 포장해 수송하는 일을 맡고 있다. 이들의 자원봉사가 없었더라면 원활한 배급은 힘들었으리라.
기탁자 찾아 전국을 돈 최명성 대표와 부인 조윤정씨
기탁자들을 찾는 것은 최명성 대표와 부인 조윤정(56)씨 몫이다.
“희망나눔터를 운영하면서 제주도만 빼놓고 전국을 다 다녔다”고 말한 최 대표는 “중간에 그만두고 싶을 때도 많았다”며 어려웠던 시기를 뒤돌아 보았다. 부인 조 씨는 인터뷰를 통해 희망나눔터가 알려지는 게 두렵다. 언론보도가 나가면 기탁자가 느는 것이 아니라 어려운 이웃들의 문의가 많아지기 때문이라는 것. “회원증을 발급받기 위해 대기중인 사람들이 현재 3백여명이나 된다”라고 밝힌 조 씨는 “실상 더 많은 기탁자와 기부자가 시급한 실정이다”라고 토로한다.
물품기탁보다는 현금기탁이 맞춤 지원을 가능케한다
그녀는 “물품기탁 보다는 현금기탁이 맞춤 지원을 가능케 한다”며 “소액이라도 많은 분들이 십시일반으로 뜻을 모아준다면 어려운 이웃들을 더 많이 도울 수 있다”며 회원가입을 독려했다. 사정을 알아보면 이런 당부가 이해가 간다. 회원으로 인정되면 매달 1차례 씩 음식물과 생필품을 포함 모두 5가지 품목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그것도 1년동안 뿐이다. 1년이 지난다고 빈곤층의 사정이 나아지지는 않는데도 예산부족으로 서비스를 종료하지 않으면 안된다. 대신 대기자들이 그 자리를 메꾼다.
빈곤층에게 더 큰 지원이 가는 선별적 복지정책이 절실
이런 실상에 대해 최명성 대표는 솔직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정치 입법자들은 표를 의식해 보편적 복지를 주장하지만 실상 그 보편적 복지 때문에 빈곤층들에게 실질적 지원이 힘들게 된다”며 “진정한 복지정책을 펼치려면 빈곤층들에게 더 큰 지원이 가는 선별적 복지정책이 절실하다“라고 주장한다. 그렇다고 그가 이 일을 부정적으로 느끼고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절망의 나락에서 생을 마감하려 했던 사람이 물품을 전달받고 삶의 희망을 갖게 된 사람과, 배달한 도시락통에 천원자리 한 장을 넣고 이렇게 좋은 음식을 주셔서 잘 먹었다고 감사 편지를 남긴 분들을 생각하면 힘이 솟는다.
도움받는 사람은 누군가 자신들을 돕고 있다는 게 희망이다
사실 도움을 받는 사람들은 도움의 양이 문제가 아니다. 누군가 자신들을 생각하고 돌보고 있다는 느낌이, 그리고 희망이 필요하다. 그 희망의 불꽃을 20년 동안 끊임없이 지켜온 것만으로 그는 멋진 인생을 산 사람이다.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을 하나님이 자신에게 시켜주신 이다”며 오히려 “감사하다”고 했다.
그는 최근 파주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으로 선출됐다. 오랫동안 사회봉사에 헌신했던 그가 회장으로 선출되어 파주시 사회복지의 내실화를 위해 잘 된 일이라는 평가가 많다.
복지두드림데이, 동네 온돌방 사업 등 아이디어맨
그는 복지 아이디어 맨이다. 원스톱 맞춤형 지역복지서비스(이동 푸드마켓, 이동진료, 이동상담, 이동머리방, 이동 빨래방)를 한 번에 제공하는 복지두드림 데이를 만들어 냈다. 또 운정 1,2,3동 임대아파트 관리 사무소옆에 설치된 냉장고에 음식물을 채워놓고 어려운 이웃들이 필요한 음식물을 가져가게 하는 우리 동네 온돌방 사업을 처음 시작한 인물이다.
1년전부터 그는 명성공방이란 목공소를 차려 한 부모아이들에게 책상과 걸상을 만들어 주고 원하는 아이들에게 목공을 가르쳐 주고 있다. 그의 참신한 아이디어는 실상 빈민층에 대한 그의 깊은 관심과 사랑에서 나온 것 같다. 꼼꼼한 그의 성실성으로 미루어 볼 때 형식이 아니고 실질이 된다는 것은 그가 늘 추구하는 삶의 목표일 것이다. 마스크를 벗고 냉동고에서 식품을 꺼내는 그의 무뚝뚝한 얼굴에서 부드러운 미소가 번져 나왔다. 아름다운 얼굴이다.
김석종 기자
#13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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